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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dramas

경이로운 소문 1.1-1.2

 

 

  내가 덕질할 때 환장하는 장르가 몇 개 있는데, 하나는 [비밀의 숲]과 같은 스릴러(?)/추리물, 다른 하나는 퇴마물이다. 옛날 옛적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퇴마록]과 모 아이돌 그룹의 유명한 팬픽을 통해 퇴마/엑소시즘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했었는데 그 이후로 퇴마는 아주 살짝 양념만 친 정도라고 해도 헐레벌떡 찾아 읽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한동안 [슈퍼내추럴]은 나의 최애 드라마였고, [콘스탄틴] 영화를 보고 원작인 [헬 블레이저] 그래픽 노블을 구해 형편없는 영어 실력으로 겨우 읽기도 했었다. 비록 [콘스탄틴] 드라마 시리즈가 나온다고 했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1화를 봤다가 그 이후로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슬픈 과거가 있지만…

 

모른 척 할테니 존나 다크하고 어두운 걸로 다시 한번 시리즈 만들어주면 안 되겟읍니까...? 흑흑.

 

    [경이로운 소문]을 알게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볼 만한 프로가 없어 채널을 마구잡이로 돌리다 빨간 트레이닝 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서 잠깐 멈췄는데, 짧은 예고편을 보아하니 퇴마와 관련된 드라마 같았다. “국수집 문 닫아라. 악귀 잡으러 가자.” 라는 슬로건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검색해보니 웹툰이 원작이라길래 대략적인 설정을 파악하기 위해 극초반 부분도 읽었다. 그리고 첫방송을 하는 날 챙겨봐야겠다 생각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드라마를 생방으로 챙겨 보면 죽는 병에 걸린 상태였다. 그러면서 [18 어게인]은 고우영 본체 본다고 잘만 챙겨본 게 함정. 결국 첫방일을 까먹고 그냥 흘려보냈는데 넷플릭스에 핫한 콘텐츠로 올라와있는 걸 보고 바로 1, 2화를 연속으로 감상했다.

 

개취지만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강렬한 색대비와 쨍한 채도...

 

    아직 2화까지밖에 나오지 않아 섣부른 감상평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럭저럭 가볍게 보기는 좋은 드라마라는 느낌이다. 원작과 메인 스토리는 거의 유사하게 흘러가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은 각색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각색된 게 더 마음에 들었다. 원작보다 비교적 설득력있고 현실적으로 바꾼 부분이 더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배우들 캐스팅도 나쁘지 않았는데, 웹툰 속 가모탁이랑 드라마 속 가모탁은 외모부터 일단 매우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될 지 궁금하다. 본체 배우가 연기를 잘하긴 하지만 여태 맡았던 배역을 생각하면 ‘가모탁’은 굉장히 특이한 캐릭터여서.

 

다들 비슷하지만 누가봐도 매우 다른 캐릭터가 한 명 있다..!


    배우에 대해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소문 - 주연 - 웅민 트리오는 대체 캐스팅을 누가 한 건지. 소문은 주인공이니까 넘어가더라도, 본체 배우들의 나이차가 너무 커서 셋이 한 화면에 잡힐 때마다 몰입도가 확 깨진다. 저게 동갑이라고…? 저게 고등학생이라고…?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데… 하다 못해 외적인 부분이 또래로 느껴지는 배우를 캐스팅하던가. 본체 배우들의 연기력을 탓하는 게 아니다. 이건 연기로도 커버가 불가능한 영역이라 생각한다. 나이 먹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히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사소하게 보일지라도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데… 드라마 끝날 때까지 세 사람이 절친한 고등학생들이라고 생각하면 좀 괴롭다…ㅎ

 

아무리 봐도 다른 두 명에 비해 한 명이 지나치게 어리다ㅎ

 

    드라마의 고유 설정은 아직 많이 드러난 게 없어서 말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사람들한테 좀 낯설게 느껴질 것 같다. 이름들이 뭔가 작위적이라고 해야 되나… 원작에서도 ‘융’이 등장할 때 뭐야 갑자기 웬 독일어스러운 이름이야? 했는데 진짜로 독일어를 쓰는 사람이 나타날지는 몰랐다. 그리고 악령을 잡는 사람들을 ‘카운터’라고 부르는 것도 좀 오글거렸다. 원작을 그대로 가져온 거라 드라마의 단점도 아니고, 만약 이런 걸 바꿨다면 원작의 고유성을 헤치는 행위이긴 하지만 말이다. 융 대신 저승/이승, 카운터 대신 퇴마사라고 썼으면 뭔가 어반판타지 느낌이 안 살긴 했을 거 같다.

    고유 단어들도 그렇고 메인 스토리도 사실 개성이 뚜렷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초능력 + 퇴마의 조합이 처음에는 신선해보일 수 있지만 결국 어디서 봤던 걸로 귀결되기 워낙 쉬운 장르이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에 [검은 사제들], [손 더 게스트]처럼 퇴마라는 장르를 어떤 방식으로든 다뤄주는 게 매우 고맙다. 매우 잘 빠진 작품까진 바라지도 않고 완결까지 매끄럽게 잘 마무리지어주기만 해도 감개무량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이 작품은 시간이 나는 대로 끝까지 감상할 예정이다. 부디 내 기준 별점 3점을 넘는 시리즈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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